계장기술(PROCON)

기획특집 분산에너지와 ESS 산업의 법적 쟁점 및 대응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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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61회 작성일 26-05-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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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본격 시행에 따라 대한민국의 전력 시장은 기존의 중앙 집중형 체제에서 수요지 인근의 분산형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이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는 과거 단순한 피크 전력 저감 장치에 그치지 않고, 전력망의 ‘핵심 유연성 자원’으로서 그 법적 지위와 역할이 크게 강화되었다.

ESS는 간헐적인 재생에너지 출력을 제어하고, 계통 안정화에 기여하는 핵심 전략 자산으로 부각되며, 이로 인해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그러나 전력 시장 구조의 급격한 변화 뒤에는 사업자가 반드시 숙지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할 복잡한 법적 쟁점과 새로운 규제들이 존재하고 있다.


1. 분산에너지 특구 제도의 도입과
ESS의 역할 확장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내에서는 기존의 전력 시장을 거치지 않고 발전사업자가 직접 전기사용자에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이러한 직접 전력 거래에는 엄격한 제약이 따른다. 분산에너지사업자는 전기사용자의 연간 전력 사용량 중 70% 이상을 직접 생산하여 책임 공급해야 할 의무를 지며,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징벌적 성격의 초과 요금이 부과된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가진 태생적인 간헐성을 고려할 때, 전기사용자가 요구하는 24시간 전력 공급과 70% 공급 의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ESS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는 발전이 집중되는 시기에 잉여 전력을 저장하고, 발전이 부족한 시기에 이를 방전하여 공급 책임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발전 설비 없이 ESS만을 활용해 전력을 충·방전하여 수요처(전기차 충전소, 산업단지, 항만 등)에 공급하려는 ‘전기저장판매사업’의 경우 자체 발전량이 없기 때문에 70% 책임 공급 비율을 충족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려워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향후 관련 규제의 완화 여부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2. 특구 내 망 이용료 산정 기준과
ESS 사업의 사업성

특구 내에서 전력을 직접 거래하더라도 물리적으로는 한전의 송배전망을 이용해야 한다. 규제 당국은 특구 내 거래자라 하더라도 한전 망의 주파수 유지, 예비력 확보 등 계통 서비스를 이용하므로, 일반 전기사용자와의 형평성을 위해 동일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사업자는 특구 혜택에 따른 면제 없이 한전의 표준 망 이용료 단가를 그대로 적용받는다. 여기에 더해 전력산업기반기금(전기요금의 3.7%)과 같은 강제적 의무 부과금은 물론, 계량 및 정산을 대행하는 한전이 별도의 거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새롭게 마련되었다. 따라서, 사업 모델을 구상할 때 이러한 복잡한 비용 구조를 철저히 분석해야만 경제성 악화를 막을 수 있다.


3. ESS 화재 및 하자에 관한
최근 법원의 태도

최근 ESS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자와 화재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 기준이 제조사와 시공사에게 한층 엄격해지고 있다는 점은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선고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3. 9. 7. 선고 2020가합13074 판결은 ESS 분쟁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해당 사건은 태양광 발전사업주(원고)가 잦은 트러블과 화재를 일으킨 500kW 용량의 전력변환장치(PCS)를 문제 삼아 배터리 제조업체(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2019년 전국적인 ESS 화재 사태 당시 정부의 권고에 따라 가동을 중단하거나, 충전율(SOC)을 70%로 하향 조정한 조치에 대해 법원은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기각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설비의 하자에 대해 피고의 책임을 무겁게 인정했다. 주목할 점은 ESS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법원이 ‘불완전 이행’ 법리를 적극적으로 적용했다는 것이다. 설비가 계약 내용에 따른 안전한 전력 저장 및 방전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했다면, 이를 불완전 이행으로 간주한 것이다.

더 나아가 입증 책임이 사실상 전환되었다. 과거에는 피해자인 원고가 배터리 셀 내부 단락 등 구체적인 결함을 일일이 입증해야 했으나, 이제는 제조사나 시공사가 ‘자신에게 과실이 없음을’ 직접 증명하지 못하면 배상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BMS
(배터리관리시스템) 데이터에서 셀 전압 불균형 등 이상 징후가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황이 인정될 경우, 제조사는 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유지보수 계약이 명시적으로 체결되지 않았더라도,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제조사는 원고가 제3자를 통해 설비를 유지·관리할 수 있도록 EMS(에너지관리시스템) 교체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피고는 원고들에게 PCS 교체비용, 전기요금 초과 부담금 등을 포함하여 각 원고당 1억 4천만 원에서 2억 7천만 원에 달하는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원고들 역시 안전관리 전문가를 상주시키지 않는 등 관리 소홀 책임이 인정되어 피고의 책임이 90%로 제한(과실상계)되었다. 이는 사업주 측이 단순히 설비를 인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도화된 O&M
(유지보수)을 수행하고 데이터 블랙박스를 정밀하게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방어 기제를 마련해야 함을 시사한다.


4. 전력시장 개편에 따른
안전성 평가 강화

정부의 전력시장 개편 동향은 ESS 사업 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2025년 11월에 개정된 중앙계약시장 입찰 규칙에 따르면, 낙찰자를 선정할 때 가격 외에도 비가격 요소인 ‘안정성 평가’의 배점이 대폭 상향되었다. 2차 중앙계약시장 공고에 따르면, 기존 6점이었던 화재 안정성 항목의 배점이 11점으로 증가하였다. 화재 예방 계획, 조치 계획, 설비 안정성을 모두 합치면 총 25점이 안전 관련 항목에 배정된다.

이는 입찰 단가가 다소 비싸더라도, 열폭주 차단 솔루션과 같은 화재 확산 방지 시스템을 확실히 갖추거나, LFP 배터리처럼 구조적 안정성이 뛰어난 기술을 채택한 사업자가 낙찰에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2026년 3월부터는 봄·가을철 경부하기에 전력거래소(KPX)의 급전 지시에 따라 발전량을 줄이는 조건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는 ‘준중앙계약시장’이 새롭게 도입될 예정이므로, 이에 맞춘 수익 모델의 다각화도 필요하다.


5. 마무리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전력 시장의 구조 개편은 ESS 산업에 전례 없는 도약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PPA 의무 공급 비율 충족, 사실상 무과실 책임에 가까운 제조물 결함 책임 법리 그리고 입찰 시장에서의 엄격한 안전성 요구 등 법률적·제도적 장애물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성공적인 ESS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설비 투자를 넘어, 정밀한 규제 분석과 고도화된 운영 데이터 관리가 결합된 종합적인 법률 리스크 대응 전략이 선행되어야 한다.

swkim@solarislaw.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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