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장기술(PROCON)

기획특집 탄소 배출과 수분량 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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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3회 작성일 25-10-1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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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거래제와
정확한 배출량 산정의 중요성

2015년 시행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K -ETS)는 국내 기업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전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를 차지하는 700여 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연간 수조 원 규모의 배출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제도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정확한 배출량 산정이다.

배출권거래제에서 배출량은 곧 비용이다. 할당된 배출권을 초과하면 부족분을 시장에서 구매해야 하고, 잉여 배출권이 있다면 이를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배출량의 정확한 측정은 기업의 재무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 1%의 측정 오차도 수십억 원의 비용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배출권거래제의 현실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농도와 배출 유량의 곱으로 계산된다. 아무리 정확한 농도를 측정하더라도 유량 측정이 부정확하다면 최종 배출량 산정에 큰 오차가 발생한다. 특히 굴뚝 배출가스의 경우, 수분량이 유량 계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수분량, 유량을 결정하는
숨겨진 변수

굴뚝 배출가스의 유량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굴뚝 지름, 압력, 온도, 수분량, 유속 등 요인을 얼마나 정확하게 측정했는지에 배출 유량의 정확성이 좌우된다. 이 중에서 수분량은 유량 계산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분량의 중요성을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면 그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수분량이 단 0.1%만 변경되어도 연간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100만 톤이 달라진다. 이는 중견 제조업체 여러 곳의 연간 배출량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왜 수분량이 중요할까? 배출가스 중 수분은 기체 상태로 존재하면서 전체 가스의 부피와 밀도에 영향을 미친다. 수분 함량이 높을수록 건조 기준 배출량은 줄어들고, 수분 함량이 낮을수록 배출량은 증가한다. 따라서 수분량 측정의 정확도는 최종 배출량 산정의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배출량 보고제도와
수분량 측정의 법적 요구 사항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배출량 보고 및 인증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배출시설을 보유한 업체는 정확한 배출량을 측정하고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과정에서 굴뚝 배출가스의 유량 측정은 필수 항목이며, 수분량은 유량 계산의 핵심 변수다.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서 사용하는 배출 활동별 배출량 산정식을 보면, 수분량이 최종 배출량 계산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배출가스 유량을 계산하는 공식에서 수분량은 습윤 기준 유량을 건조 기준 유량으로 보정하는 데 사용되며, 보정값이 최종 배출량을 결정한다.

ES 01321(배출가스 중 수분량)에 따라 수분량을 측정해야 하며, 측정 방법은 흡습관법·임핀저법·수분응축기법·계산법 등이 있다. 하지만 모두 수동식 방법에 기반하고 있으며, 해당 방식이 보유한 근본적 오류에 따른 측정 정밀도의 한계가 배출권 거래에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배출권 가격 상승과
측정 정밀도의 경제적 가치

배출권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21년 tCO2당 약 2만 원에서 시작된 배출권 가격은 2024년 3만원을 넘어섰으며, 2030년에는 5만 원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정확한 배출량 측정의 경제적 가치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킨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연간 100만 톤의 CO2를 배출하는 중견 제조업체의 경우, 수분량 측정 오차로 인해 실제보다 1% 많은 배출량이 산정된다면 연간 1만 톤의 추가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현재 배출권 가격 기준으로 연간 3억 원, 향후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5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반대로 수분량이 과소 측정되어 배출량이 적게 산정된다면, 실제보다 많은 배출권을 보유하게 돼 잉여 배출권 판매 기회를 놓친다. 어느 쪽이든 부정확한 측정은 기업의 경제적 손실로 직결된다.

심각한 문제는 반자동식 측정 방법이 체계적으로 부정확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수동식 측정은 실제보다 낮은 수분량을 측정하는 경향이 있으며, 결과적으로 배출량을 과대 산정한다.


현행 측정 방법의 한계와
배출권 거래에 미치는 영향

국내외에서 표준으로 사용되는 반자동식(수동식) 수분량 측정 방법은 화학적 흡습제(실리카겔 등)를 사용하여 배출가스 중 수분을 물리적으로 포집한 후, 흡습제의 무게 변화를 측정하여 수분량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마치 ‘물먹는 하마’가 물을 흡수하기 전후의 무게 차이를 측정하는 것과 같다. 한국·미국·유럽연합·일본 등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표준 방법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약 30년간 사용되어 온 검증된 방법이지만, 배출권거래제 시대에는 그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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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표준 수분량 5%, 15%, 25% 구간에서 수동식 방법의 정확도는 각각 72%, 65%, 58%에 불과했다. 특히 수분량이 높을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자동식 방법은 모든 구간에서 99.5%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

정확도 차이가 배출권거래제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 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15% 수분량 기준에서 수동식 측정의 오차 범위는 ±1.5% 포인트에 달한다. 이는 동일한 배출시설에서도 측정 시점과 조건에 따라 배출량이 최대 35% 이상 차이 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간 50만 톤 규모의 배출업체라면, 오차로 인해 최대 17만 톤의 배출량 차이가 발생한다. 현재 배출권 가격으로 52억 원, 향후 예상 가격으로는 87억 원 이상의 비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중견기업의 연간 순이익에 맞먹는 규모다.


측정 신뢰성 문제와
인증 과정의 복잡성

배출권거래제에서는 배출량 보고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제3자 검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수동식 측정 방법의 복잡성은 검증 과정에서도 문제가 된다.

수동식 측정은 기본적으로 여러 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보완 조치를 취하면 측정 단계가 3단계 이상 추가되고, 시간도 70분 이상 더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잔여 수분 획득, 모든 연결부의 기밀성 확인 등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복잡성은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현장에서 정확한 측정을 수행하기 어렵다. 실제로 일부 사업장에서는 복잡한 과정을 회피하여 부정확한 측정을 하거나, 아예 측정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둘째, 검증 과정에서 측정 결과의 재현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반면 자동식 측정 시스템은 표준화된 프로세스로 연속 측정이 가능하고, 측정 데이터의 실시간 기록과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해 검증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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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의 배출량 관리와
국제 경쟁력

한국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연간 약 7억 톤이다. 수분량 측정 오차가 0.1%만 발생해도 연간 100만 톤의 배출량 차이가 발생한다. 이는 국가 전체의 배출권 할당과 국제 탄소시장에서의 신뢰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2026년부터 도입 예정인 EU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제품의 탄소 함량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이 수출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된다. 부정확한 배출량 측정은 CBAM 비용 부담을 증가시켜 수출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은 3차원 굴뚝 유속계 측정 기술 등 첨단 측정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도입은 미흡한 상황이다.

정확한 배출량 측정 기술의 확보는 단순히 국내 배출권거래제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탄소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직결된 국가적 과제다.


사회적 비용의 실상과 파급 효과

수분량 측정 부정확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나라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6억 톤인데, 수분량 1% 포인트 오차가 발생할 경우, 연간 약 6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차이가 발생한다. 이는 대기업 여러 곳의 연간 배출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경제적 관점에서 환산해 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EPA(미국 환경보호청) 기준 탄소의 사회적 비용(Social Cost of Carbon)을 적용하면, 측정 오차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약 2.2조 원에 달한다. 이는 올해 환경부 탄소중립 예산의 50%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문제는 수동식 측정에서 나타나는 오차가 대부분 과소 측정 방향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즉, 실제보다도 낮은 수분량이 측정됨으로써 배출량이 과대 산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불필요한 규제 부담을 증가시키고, 배출권 거래에서도 비효율성을 야기한다.

즉, 현재의 수동 측정 방식을 자동측정 방식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연간 수조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연속 모니터링이 가능한 자동식 시스템은 배출량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공정 최적화를 통한 추가적인 배출량 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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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적 개선 방향과
업계의 대응 전략

현행 배출량 측정 및 보고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자동식 수분량 측정을 주시험 방법으로 지정하고, 연속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배출권거래제의 신뢰성을 높이고, 기업의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기업도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배출권 가격 상승 추세와 측정 기술의 경제적 효과를 고려할 때, 자동식 측정 시스템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대규모 배출업체는 조기 도입을 통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정부의 기술 지원과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 측정 장비 구매 지원, 기술 교육 프로그램, 공동 활용 센터 구축 등을 통해 중소기업도 정밀 측정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측정 결과의 표준화와 상호 인정 체계 구축도 중요하다. 자동식 측정 시스템의 검교정 기준 마련, 측정 데이터의 표준 포맷 개발, 국제적 상호 인정 협정 체결 등을 통해 글로벌 탄소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결론 : 정밀 측정이 만드는
지속 가능한 탄소 경영

배출권거래제 시대에 정확한 배출량 측정은 더 이상 환경 규제 준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경영 요소이다.

수분량 측정 기술의 혁신을 통해 우리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첫째, 배출권거래제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여 시장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둘째, 기업들의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줄여 경제적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셋째,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탄소 관리를 통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할 수 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ESG 경영이 기업의 생존 조건이 된 지금, 정밀한 배출량 측정은 지속 가능한 경영의 출발점이다. 자동식 수분량 측정 시스템의 도입은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미래 탄소 경제 시대를 준비하는 전략적 투자다.

정확한 측정에서 시작되는 정밀한 탄소 관리, 이것이야말로 배출권거래제 시대 기업이 추구해야 할 핵심 경쟁력이다. 측정의 혁신이 만들어 갈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금이야말로 결단과 실행이 필요하다.

shkim@kym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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